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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대응에 있어 이민 정책의 역할

by 오오디디 2025. 7. 30.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대한 인구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고령화입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경제 성장 둔화로 직결되며,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들은 내국인의 출산율 제고와 더불어, 외국인 인구 유입을 하나의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캐나다와 독일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고, 인구 구조의 왜곡을 완화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 정책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산업체 중심의 단순 기능 인력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개선이나 사회 통합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캐나다의 선진 이민 모델을 살펴보고, 이어 독일의 선택적 이민 전략을 분석한 후, 마지막으로 한국의 외국인 인력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고령화 대응에 있어 이민 정책의 역할
고령화 대응에 있어 이민 정책의 역할

캐나다의 점수제 기반 이민 정책: 인구·경제 활력의 핵심 축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민을 수용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22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23%가 이민자 출신으로,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노동력 충원을 넘어서 국가의 인구 구조를 안정화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캐나다 이민 정책의 핵심은 ‘점수제 기반의 선별 시스템(Express Entry)’입니다. 이 제도는 연령, 학력, 언어 능력, 직업 경험, 정착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계량화해 고득점자 위주로 이민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캐나다는 단순한 인력 유입이 아닌, 자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숙련된 인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령화 대응 관점에서 캐나다의 이민 정책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이민자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어, 생산 가능 인구의 구조를 효과적으로 보완합니다. 둘째, 이민자는 대부분 장기 체류와 정착을 전제로 하여 건강보험, 교육, 세금 등 공공 시스템에 통합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가족 동반 이민이나 난민 유입도 일정 비율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 정책의 방향성은 '경제 이민 중심'으로 일관되어 있어 국가가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유입하는 데 유리합니다. 특히 간호사, IT 인력, 건설 노동자 등 특정 직군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이민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고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50만 명 이상을 신규 이민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캐나다 전체 인구 대비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로, 매우 공격적인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캐나다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고령화 국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독일의 선택적 이민 전략: 노동시장 중심의 실용적 접근


독일은 유럽 내에서 고령화 속도가 비교적 빠른 국가 중 하나로, 특히 제조업 기반의 경제 구조 특성상 숙련된 중간 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노동시장 중심의 이민 정책을 단계적으로 개편하며, 고령화 대응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독일은 주로 터키,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의 단순 기능 노동자를 단기적으로 유입하는 ‘게스트워커(Gastarbeiter)’ 정책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장기 체류와 사회 통합 측면에서 많은 한계를 노출했으며, 이후 독일은 보다 체계적이고 선택적인 이민 전략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2012년에는 ‘블루카드 제도’를 도입해 고등 교육을 받은 외국인 숙련 인력이 독일에서 장기적으로 체류하며 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후 2020년에는 ‘숙련노동자 이민법(Fachkräfteeinwanderungsgesetz)’을 통해 비EU 국가의 인력도 체계적으로 유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법은 특정 직업군(간호, 공학, 정보기술 등)의 인력 부족 현황에 따라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장기 체류와 가족 초청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관련하여 독일의 이민 정책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률 저하를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숙련 인력 중심의 유입은 고령층 퇴직으로 발생하는 기술 공백을 메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은 단순히 경제적 기여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을 위한 언어 교육, 직업 훈련, 문화 적응 프로그램 등도 적극 운영하고 있어 이민자의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보수적 정당이나 지역 사회에서는 이민자 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고령화 대응과 사회 통합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만큼, 독일 정부는 이민 정책과 사회 정책 간의 정교한 연계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민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현재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구조적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인력 유입은 대부분 비숙련 기능 인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중소기업이나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기업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에는 일정 효과가 있지만, 장기 체류와 사회 통합을 전제로 한 인구 정책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근로 기간은 최대 4년 10개월로 제한되며, 가족 동반이나 국적 취득 기회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고학력 또는 숙련 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는 상대적으로 미비합니다. 일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정착을 유도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고급 인력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체계적인 전략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나 정책적 기반이 취약해 실효성 있는 인구 대책으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민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합니다. 이민을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고령화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숙련 인력을 중심으로 한 이민 유입 확대, 가족 정착을 포함한 체류 조건 완화, 언어·문화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합니다.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생산 가능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이민 전략은 단기적인 노동력 수급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입니다. 한국도 이제는 ‘선택적 이민’과 ‘통합적 정책 설계’를 고민할 시점입니다.

 

고령화는 단순히 복지 비용의 증가나 고용 구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국가의 경제력, 사회 안정성, 지역 균형 발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이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 정책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독일은 고령화 속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 가능 인구 유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이민 정책을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빠른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이민 정책은 단순한 노동력 수급을 넘어서, 장기 체류와 사회 통합을 전제로 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민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이민을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사회 전체가 그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